사망사고 상담에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얼마면 됩니까”가 아닙니다. “유족이 전화를 안 받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입니다. 합의금이 부족한 사건은 방법이 있습니다. 보험을 확인하고 사비를 보태고 조건을 조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상대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사건에는 그런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가해자는 대개 두 극단으로 갑니다. 계속 찾아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둘 다 틀렸습니다. 계속 찾아가는 것은 2차 가해가 되어 유족의 처벌 의사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재판부에 ‘피해 회복 노력 없음’으로 남습니다. 이 글은 그 두 극단 사이에서 가해자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한 글입니다. 먼저 전제부터 분명히 하겠습니다. 합의는 가해자의 권리가 아닙니다. 유족이 “합의하지 않고 처벌을 원한다”고 정하는 것은 정당한 선택이고, 가해자는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 존중 위에서만 아래의 일들이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 사망사고 형량이 ‘합의 여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이유
합의가 안 되면 무조건 실형이라는 말을 듣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여러 요소가 함께 검토됩니다. 어떤 법규위반이 있었는지, 피해자 측에도 사고 원인이 있었는지, 사고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가해자의 사고 이후 태도가 어땠는지, 유족의 처벌 의사가 무엇인지, 동종 전력이 있는지,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는지. 합의는 이 중 하나이고, 매우 중요한 하나이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 요소 | 합의가 불가능할 때 가해자가 영향을 줄 수 있는가 |
|---|---|
| 법규위반 유형 | 이미 정해진 사실 — 다툴 여지가 있으면 영상과 자료로 |
| 피해자 측 사고 원인 | 이미 정해진 사실 — 다만 유족 앞에서 먼저 꺼내지 말 것 |
| 사고 이후 태도 | 가해자가 전적으로 정할 수 있음 — 이 글의 주제 |
| 유족의 처벌 의사 | 직접 바꿀 수 없음 — 다만 태도에 따라 악화시키지 않을 수는 있음 |
| 피해 회복 노력 | 합의 성사와 별개로 기록할 수 있음 |
| 전력 | 이미 정해진 사실 |
표에서 가해자가 손댈 수 있는 칸은 ‘사고 이후 태도’와 ‘피해 회복 노력’ 두 곳입니다. 유족이 연락을 거부하는 사건에서는 이 두 칸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이 두 칸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이 글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 거부 이후의 접촉은 사과가 아닙니다
유족이 “연락하지 마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 그 말은 끝까지 유효합니다. 용서를 받고 싶은 마음에 다시 전화하고, 집 앞에 찾아가고, 장례식장에 나타나는 것은 유족에게 사고를 다시 겪게 하는 일입니다. 형사재판에서도 이런 행동은 ‘진정성’이 아니라 ‘피해자 의사 무시’로 기록됩니다. 유족의 처벌 의사가 더 강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겠습니다. 유족과 어렵게 대화가 이어지더라도 “피해자도 무단횡단이었다”, “저도 신호를 지켰다” 같은 말을 먼저 꺼내지 마십시오. 사고 경위는 형사 절차에서 객관적으로 따질 일이고, 유족 앞에서 할 말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다투는 것과 사과하는 것은 다른 자리에서 하는 다른 일입니다.
할 수 있는 것 1 — 사과를 ‘전달 가능한 형태’로 바꾸기
직접 사과할 길이 막혔다면 사과를 문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과문입니다. 다만 사과문은 반성문과 다릅니다. 반성문은 재판부에게 쓰는 것이고, 사과문은 유족에게 쓰는 것입니다. 받는 사람이 다르니 내용도 달라야 합니다.
| 구분 | 사과문 | 반성문 |
|---|---|---|
| 받는 사람 | 유족 | 재판부 |
| 담을 것 | 사고에 대한 책임 인정,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 유족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 본인의 말로 |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마음, 사고 이후 실제로 한 행동 |
| 하지 말 것 | 합의 요청, 처벌불원 요청, 사고 경위 변명 | ‘선처해 주십시오’의 반복, 인터넷 양식 복사 |
| 전달 | 유족이 원치 않으면 직접 전달하지 않음 — 대리인 경유, 또는 전달하지 않고 보관 | 법원 제출 |
사과문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마지막 문단에 “합의해 주시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 주시면”을 넣는 것입니다. 그 순간 사과문은 요구서가 됩니다. 유족이 연락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사과문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가해자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남기는 문서여야 합니다. 그리고 유족이 받기를 원치 않는다면 전달을 강행하지 말고 보관하십시오. 전달하지 못한 사과문도 ‘사과하려 했다’는 기록은 됩니다.
할 수 있는 것 2 — 마련한 돈을 ‘기록’으로 남기기
합의가 안 되는데 돈을 준비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물으십니다.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부가 보는 것은 ‘합의가 됐는가’만이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유족이 받지 않았더라도 가해자가 얼마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언제 어떤 경로로 전달하려 했는지, 유족이 어떤 이유로 거부했는지가 정리돼 있으면 그것은 노력의 기록이 됩니다.
- 마련한 금액과 그 출처(사비, 운전자보험 처리지원금 확인 결과, 가족의 도움 등)
- 전달을 시도한 날짜와 방법(대리인을 통한 연락, 서면 등)
- 유족의 응답 — 거부의 내용과 시점을 있는 그대로
- 이 기록을 의견서에 어떻게 담을지는 대리인과 상의
주의할 것은 이 기록이 유족을 압박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돈을 준비했는데 안 받으신다”는 식으로 유족에게 다시 연락하면 그것은 기록이 아니라 또 다른 접촉이 됩니다. 기록은 조용히 남기고,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할 수 있는 것 3 — 연락처 자체를 모를 때, 법원을 통한 절차
거부와 다른 상황도 있습니다. 유족의 연락처를 아예 모르는 경우입니다. 이때 가해자가 스스로 알아내려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개인정보를 임의로 찾아내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고, 그렇게 얻은 연락처로 한 연락은 시작부터 거부당합니다. 사건이 법원 단계에 있다면 피해자 측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 즉 사실조회 같은 방법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자료를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는 사건 단계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르므로, 이 부분은 대리인에게 맡기는 것이 맞습니다.
할 수 있는 것 4 — 존중 자체를 남기기
마지막은 가장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유족의 거부를 존중했다는 사실을 남기는 것입니다.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뒤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고, 대리인을 통해 한 번 사과의 뜻을 전한 뒤 물러났으며, 유족이 원하는 방식이 있으면 따르겠다는 뜻을 남겨 두었다는 것. 이것이 기록되면 ‘합의 불성립’은 ‘가해자가 노력하지 않음’이 아니라 ‘유족의 선택을 존중함’으로 읽힐 여지가 생깁니다. 합의를 강요하지 않은 것 자체가 사고 이후 태도의 일부입니다.
세 명의 가해자
첫 번째 — 계속 찾아간 사람
교차로 사망사고의 가해자는 유족이 연락을 거부하자 장례식장을 찾아갔고, 그 뒤로도 매주 집 앞에 갔습니다. 유족은 접근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고, 첫 공판에서 “사고 이후가 더 고통스러웠다”고 진술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고 이후의 태도를 명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가해자는 진심이었다고 말했지만, 기록에 남은 것은 피해자 의사 무시였습니다.
두 번째 —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
횡단보도 사망사고의 가해자는 유족이 전화를 받지 않자 ‘어차피 안 될 것’이라 여기고 손을 놓았습니다. 사과문도 반성문도 없이 첫 공판에 나갔고, 합의금을 마련해 둔 것도 없었습니다. 유족은 “사고 후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실은 가해자가 두 번 전화를 걸었지만 그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고, 재판부에 전달된 것은 ‘노력 없음’뿐이었습니다.
세 번째 — 거부를 존중하고 기록을 남긴 사람
야간 사망사고의 가해자는 유족이 대리인을 통한 첫 연락에서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하자 그대로 멈췄습니다. 사과문을 써서 보관했고, 사비와 보험을 합쳐 마련한 금액과 전달 시도 경위를 정리했으며, 유족이 원하는 방식이 있으면 따르겠다는 뜻만 대리인을 통해 한 번 남겼습니다. 반성문에는 사고 이후 실제로 한 일을 적었습니다. 합의는 끝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족의 의사를 존중한 점과 피해 회복을 위한 준비를 참작 사유로 언급했습니다. 결과가 가벼웠다는 뜻이 아닙니다. 합의가 안 된 사건에서 그나마 남길 수 있는 것을 남겼다는 뜻입니다.
유족이 연락을 거부할 때 — 체크리스트
- 거부 의사를 들은 뒤 직접 연락을 완전히 멈췄는가
- 사과문을 유족에게 쓰는 문서로(요청 없이) 작성했는가 — 전달 여부는 유족 의사에 따름
- 반성문을 재판부에 쓰는 문서로 따로 준비했는가 — 사고 이후 실제로 한 일 포함
- 마련한 금액·출처·전달 시도·거부 경위를 날짜와 함께 기록했는가
-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 임의로 찾지 않고 법원을 통한 절차를 대리인과 검토했는가
- 유족 앞에서 사고 경위나 피해자 과실을 먼저 꺼내지 않았는가
- 유족이 원하는 방식이 있으면 따르겠다는 뜻을 한 번만, 대리인을 통해 남겼는가
마무리 — 합의가 안 되는 사건에서도 태도는 남습니다
사망사고에서 유족이 합의를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존중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존중 위에서 가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없지는 않습니다. 사과를 문서로 남기고, 마련한 것을 기록하고, 적법한 절차만 쓰고, 거부를 존중했다는 사실 자체를 남기는 것. 이것들은 합의를 대신하지 못하지만, 합의가 없는 사건에서 사고 이후 태도를 보여 주는 유일한 자료가 됩니다.
지금 유족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면, 다시 걸기 전에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부터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유튜브 구독자 38만 명의 '보상과배상TV'를 운영하는 보상과배상 법률사무소가 작성했습니다. 저희는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 가해자 방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며, 대한변호사협회에 교통사고 전문분야로 정식 등록된 장슬기 변호사(제2019-1310호)와 전경근 변호사(제2023-1100호)가 직접 진행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과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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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을 변호사가 직접 설명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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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에서 자주 묻는 질문
Q. 유족이 전화를 안 받는데 직접 찾아가서 사과해도 되나요?
안 됩니다.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들은 뒤의 접촉은 사과가 아니라 2차 가해로 기록되고, 유족의 처벌 의사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대리인을 통해 한 번 사과의 뜻을 전한 뒤 물러나고, 유족이 원하는 방식이 있으면 따르겠다는 뜻만 남기는 것이 한계입니다.
Q. 합의가 안 되면 무조건 실형인가요?
합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법규위반 유형, 피해자 측 사고 원인, 사고 이후 태도, 유족의 처벌 의사, 전력 등이 함께 검토됩니다. 합의가 불가능한 사건에서 가해자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칸은 ‘사고 이후 태도’와 ‘피해 회복 노력’이며, 이 둘을 어떻게 남기느냐가 남은 전부입니다.
Q. 사과문과 반성문은 무엇이 다른가요?
사과문은 유족에게, 반성문은 재판부에게 쓰는 문서입니다. 사과문에는 합의나 처벌불원 요청을 넣지 말고 책임 인정과 미안함을 본인의 말로 담되, 유족이 원치 않으면 전달하지 말고 보관합니다. 반성문에는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 사고 이후 실제로 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적고, ‘선처해 주십시오’의 반복이나 인터넷 양식 복사는 피해야 합니다.
Q. 유족이 받지도 않을 합의금을 왜 마련해 두나요?
재판부는 합의 성사 여부만이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봅니다. 마련한 금액과 출처, 전달을 시도한 날짜와 방법, 유족의 거부 경위를 기록해 두면 합의가 안 됐어도 노력의 기록이 됩니다. 다만 그 사실을 들어 유족에게 다시 연락하면 기록이 아니라 또 다른 접촉이 되므로, 조용히 남겨 재판부에만 제출해야 합니다.
Q. 유족 연락처를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요?
임의로 알아내려 하지 마십시오. 개인정보를 스스로 찾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고, 그렇게 얻은 연락처로 한 연락은 시작부터 거부당합니다. 사건이 법원 단계라면 사실조회 등 적법한 절차로 확인할 수 있는지 대리인을 통해 검토하는 것이 맞습니다.
Q. 유족과 대화가 이어지면 피해자 과실도 설명해야 하나요?
유족 앞에서는 꺼내지 마십시오. 사고 경위와 피해자 측 사정은 형사 절차에서 객관적으로 따질 일이고, 사과의 자리에서 먼저 꺼내면 대화는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법적으로 다투는 것과 사과하는 것은 다른 자리에서 하는 다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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