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내고 경찰서에 다녀오신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형량이 아닙니다. “이게 언제 끝납니까”입니다. 회사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가족에게 언제까지 이 상태일지 말해야 하니 당연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 질문을 받으면 되묻습니다. “끝나는 날을 알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그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으신 겁니까.” 대부분 후자라고 답하십니다. 이 글은 후자를 위한 글입니다.
형사사건의 기간은 대략의 범위가 있습니다. 경찰 단계 한두 달, 송치 후 기소까지 수 주, 기소 후 첫 공판까지 한 달에서 석 달, 1심 전체로 서너 달에서 여섯 달,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반년에서 일 년. 이 숫자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으로 읽으시면 절반만 읽으신 것입니다. 가해자에게 이 숫자는 ‘그 안에 끝내야 할 일의 마감일’입니다. 같은 6개월도 마감일로 읽은 사람과 대기 시간으로 읽은 사람의 결과가 다릅니다.
먼저 — 내 사건이 이 타임라인에 올라타는 사건인지
모든 사고가 재판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종합보험이 있고 가벼운 접촉사고이며 별도의 처벌 사유가 없다면 보험 처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 해당하실 때만 이 글의 타임라인이 본인 이야기가 됩니다.
- 사망사고
- 뺑소니
- 12대 중과실(신호·중앙선·과속·횡단보도·무면허·음주 등)
- 합의가 되지 않은 중상해 사고
- 종합보험 미가입
- 음주·약물운전
여기에 해당하신다면, 지금부터는 ‘끝나는 날’이 아니라 ‘구간별 마감’으로 사건을 보셔야 합니다.
구간 1. 경찰 단계 — 가장 짧지만 가장 많은 것이 정해지는 구간
경찰 수사는 통상 한두 달입니다. 피의자신문이 사고 후 한 달 안에 잡히는 사건도 있고, 석 달 넘게 걸리는 사건도 있습니다. 이 구간이 짧다는 이유로 가볍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사건의 뼈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적용될 위반 항목, 사고 경위의 정리, 피해자의 부상 정도에 대한 1차 판단이 이 구간에 나옵니다.
그래서 이 구간의 마감 과제는 명확합니다. 피의자신문 전에 블랙박스와 현장 자료를 확인해 본인의 기억과 대조하는 것, 운전자보험 증권을 꺼내 형사합의금과 변호사비용 특약의 조건을 확인하는 것, 피해자 측에 사과와 합의 의사를 전달할 경로를 여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피의자신문 전까지 마치지 못하면 뒤 구간에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 경찰 단계 마감 과제 | 왜 이 구간 안에 끝내야 하는가 |
|---|---|
| 사고 영상·자료 확인 후 진술 | 진술과 영상이 어긋나면 이후 모든 단계에서 신뢰가 깎임 |
| 운전자보험 조건 확인 | 합의 가능 범위를 모르면 다음 구간에서 합의 자체를 시작할 수 없음 |
| 사과와 합의 의사 전달 | 송치 후에 첫 연락을 하면 ‘몇 달간 무관심했다’는 인상이 남음 |
| 피해자 진단명 파악 | 중상해 여부가 사건의 성격과 남은 기간을 결정함 |
구간 1이 길어지는 두 변수 — 중상해와 감정
경찰 단계가 석 달, 넉 달로 늘어나는 사건에는 대개 두 가지 중 하나가 있습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부상이 중상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척수·뇌 손상처럼 예후가 늦게 드러나는 부상은 급성기 치료가 끝나고 일정한 경과를 본 뒤에야 판단이 가능하고, 수사기관이 주치의 소견을 받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다른 하나는 국과수나 도로교통 전문기관의 감정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속도, 충돌 지점, 회피 가능성 같은 것을 분석해야 하면 회신까지 한두 달이 더 붙습니다.
이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갈림길입니다. 중상해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피해자의 치료 경과를 확인하고 합의 조건을 준비하는 가해자와, ‘아직 결과가 안 나왔으니’ 손 놓고 있는 가해자는 송치 시점에 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습니다. 감정을 기다리는 동안이라면 감정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경우와 유리하게 나올 경우 각각의 대응을 미리 그려두는 것이 이 구간의 과제입니다.
구간 2. 송치에서 기소까지 — 짧지만 합의를 ‘시작’해야 하는 구간
경찰이 송치하면 검찰은 경찰 기록을 검토합니다. 보완수사가 없으면 한두 주 안에 기소되는 사건도 있습니다. 이 구간이 짧기 때문에 ‘송치됐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합의를 준비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생깁니다. 형사조정이 검토되는 사건도 있으니, 송치 전에 합의 의사는 전달돼 있어야 하고 송치 직후에는 구체적 협의로 넘어갈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송치 시점에 좋은 점도 있습니다. 위반 항목과 사고 경위가 경찰 초기보다 정리돼 있어, 예상되는 처벌 범위와 운전자보험의 지급 조건을 훨씬 구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찰 단계에서 열어둔 대화 창구를 통해 이제 금액과 조건을 이야기할 수 있는 구간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구간 3. 기소에서 첫 공판까지 — 실질적인 마감선
공소가 제기되면 재판부가 첫 공판기일을 잡습니다. 빠르면 한 달, 길면 석 달입니다. 저희가 가해자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마감선이 바로 이 첫 공판입니다. 사고 경위에 다툼이 없고 첫 공판 전에 합의가 끝나 있으며 양형자료까지 제출돼 있으면, 첫 공판에서 변론이 종결되고 선고기일만 남는 사건이 실제로 있습니다. 반대로 첫 공판까지 합의가 안 돼 있으면 “합의 진행 중이니 기일을 더 달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기일이 하나 더 잡힐 때마다 한 달씩 늘어납니다.
그러니 기소 통지를 받으시면 첫 공판일을 확인하시고, 그날을 기준으로 거꾸로 일정을 짜셔야 합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언제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 운전자보험 지급 심사는 그 전에 끝나는지, 의견서와 반성문·양형자료는 언제 제출할지. 이 역산이 되어 있으면 1심은 3~6개월 안에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안 되어 있으면 공판이 두 번, 세 번 이어집니다.
| 구간 | 대략의 기간 | 이 구간의 마감 과제 | 놓치면 생기는 일 |
|---|---|---|---|
| 경찰 수사 | 1~2개월 (중상해·감정 시 3개월 이상) | 영상 확인 후 진술, 보험 조건 확인, 사과·합의 의사 전달, 진단명 파악 | 진술 신뢰 훼손, 합의 출발 지연 |
| 송치 → 기소 | 수 주 | 구체적 합의 협의 시작, 예상 처벌 범위 파악 | 기소 후에야 합의를 시작하게 됨 |
| 기소 → 첫 공판 | 1~3개월 | 합의서·처벌불원서 확보, 의견서·양형자료 제출 | 기일 추가로 매번 한 달씩 연장 |
| 1심 공판 | 공판 1회당 약 1개월 추가 | 미완 합의 마무리, 추가 자료 제출 | ‘피해 회복 노력 부족’ 평가 |
| 항소심 | 추가 6개월~1년 | 1심 기록 재검토, 새 양형 사정 정리 | 대기만 하다 기일을 맞음 |
| 상고심 | 추가 6개월~1년 | 법률적 쟁점만 서면으로 | 사실관계 다툼은 여기서 불가 |
구간 4·5. 항소심과 상고심 — 기다림이 길고 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드는 구간
1심에 불복하면 항소심으로 갑니다. 여기서는 재판 자체보다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깁니다. 접수 후 첫 기일까지 반년 넘게 걸리기도 하고, 전체로 6개월에서 1년이 붙습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새로 할 수 있는 일’이 1심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1심에서 합의를 못 했다면 항소심에서라도 해야 하지만, 1심에서 이미 합의와 양형자료가 다 나갔다면 항소심에서 새로 보탤 것은 그 이후의 사정 정도입니다.
상고심은 법률 문제만 다루고 서면으로 진행됩니다.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는 곳이 아닙니다. 여기까지 오면 다시 6개월에서 1년. 그래서 3심까지 가면 전체 2년 안팎, 그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가 첫 공판 전 합의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1심에서 정리되는 사건과 3심까지 가는 사건의 차이는 형량만이 아니라 인생의 2년입니다.
기간을 늘리는 것과 줄이는 것 — 가해자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
사건 기간을 늘리는 변수 중 가해자가 손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중상해 판단, 외부 감정, 재판부 일정입니다. 반면 가해자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도 분명히 있습니다. 합의를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내느냐, 양형자료를 첫 공판 전에 내느냐, 사고 경위를 다툴 것인지 인정할 것인지를 언제 정하느냐입니다.
- 통제 불가: 피해자의 예후 확정 시점, 국과수·전문기관 회신, 재판부의 기일 지정
- 통제 가능: 합의 의사 전달 시점, 합의 완료 시점, 양형자료 제출 시점, 사실관계 인정 범위의 결정 시점
통제 불가한 변수로 시간이 늘어난다면 그 시간을 통제 가능한 변수를 준비하는 데 쓰셔야 합니다. 중상해 판단을 기다리는 석 달은 합의 조건을 준비할 석 달이고, 감정 회신을 기다리는 두 달은 양형자료를 모을 두 달입니다.
두 개의 시나리오
시나리오 1. 6개월을 ‘기다린’ 사건
신호위반으로 피해자가 다리 골절을 입은 사건이었습니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면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들은 뒤 그대로 기다렸습니다. 송치 통지를 받고도 합의는 ‘변호사를 선임한 뒤에’ 하려고 미뤘고, 기소 후 첫 공판에서야 합의 진행을 이유로 기일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공판은 세 번 열렸고 1심 선고까지 아홉 달이 걸렸습니다. 합의는 결국 됐지만 두 번째 공판 직전이었고, 재판부는 사고 후 넉 달간 피해자 측에 연락이 없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시나리오 2. 6개월을 ‘마감일로 쓴’ 사건
횡단보도 사고로 피해자가 골반 골절을 입은 사건이었습니다. 가해자는 피의자신문 전에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운전자보험 약관을 읽은 뒤, 수사관을 통해 사과와 합의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송치 직후 진단이 확정되자 금액을 협의했고, 기소 통지를 받은 날 첫 공판일을 확인해 그 2주 전까지 합의서·처벌불원서·의견서·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첫 공판에서 변론이 종결됐고, 사고 후 다섯 달 만에 선고가 났습니다. 두 사건의 사고 유형과 부상 정도는 비슷했습니다. 달랐던 것은 같은 시간을 무엇으로 읽었느냐였습니다.
지금 어느 구간에 계신지 — 체크리스트
- 경찰에서 연락은 왔지만 피의자신문은 아직: 영상 확인, 보험 약관 확인, 사과·의사 전달 경로 확보가 이번 주의 일
- 피의자신문은 끝났고 결과 대기 중: 피해자 진단명과 예후 파악, 합의 조건 초안 준비
- 송치 통지를 받음: 구체적 합의 협의 시작, 예상 처벌 범위와 보험 지급 조건 대조
- 기소 통지를 받음: 첫 공판일 확인 → 역산 일정표 작성 → 2주 전 제출 목표
- 첫 공판이 지났는데 합의가 미완: 다음 기일 전 완료가 마지막 현실적 기회, 지연 사유와 노력은 의견서로
- 1심 선고 후 항소 검토 중: 1심에서 못 낸 사정이 무엇인지부터 정리
마무리 — 사건이 끝나는 날은 여러분이 정하지 못하지만, 각 구간의 마감은 정할 수 있습니다
형사사건이 언제 끝날지는 재판부와 피해자의 예후와 감정기관이 정합니다. 그러나 각 구간에서 무엇을 언제까지 마칠지는 가해자가 정합니다. 그리고 재판부가 보는 것은 사건이 얼마나 걸렸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가해자가 무엇을 했느냐입니다.
저희는 가해자 사건을 맡으면 첫날 이 구간표를 함께 그립니다. 지금 어느 구간에 계신지, 그 구간의 마감이 언제인지, 그때까지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시면 그 지점부터 같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유튜브 구독자 38만 명의 '보상과배상TV'를 운영하는 보상과배상 법률사무소가 작성했습니다. 저희는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 가해자 방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며, 대한변호사협회에 교통사고 전문분야로 정식 등록된 장슬기 변호사(제2019-1310호)와 전경근 변호사(제2023-1100호)가 직접 진행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과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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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을 변호사가 직접 설명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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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상해수사지연
이 주제에서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 조사가 석 달 넘게 결과가 안 나오는데 문제가 생긴 건가요?
중상해 여부 판단이나 국과수·전문기관 감정이 필요한 사건은 석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과가 늦다고 불리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을 합의 조건 준비와 양형자료 수집에 쓰지 않으면 송치 후 일정이 급해집니다.
Q. 송치되면 바로 재판이 시작되나요?
아닙니다. 검찰이 기록을 검토해 기소하고, 그 뒤 재판부가 첫 공판기일을 잡습니다. 보완수사가 없으면 송치 후 한두 주 안에 기소되는 사건도 있고, 기소 후 첫 공판까지는 한 달에서 석 달이 걸립니다. 송치 통지를 받으셨다면 합의 협의를 구체적으로 시작할 시점입니다.
Q. 첫 공판 전에 합의를 못 하면 어떻게 되나요?
재판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 진행 중이니 기일을 달라’는 요청으로 공판이 추가되고, 기일이 하나 늘 때마다 대략 한 달씩 길어집니다. 다음 기일 전 완료를 목표로 하되, 지연 사유와 그동안의 노력은 의견서로 먼저 제출하는 편이 낫습니다.
Q. 항소하면 얼마나 더 걸리나요?
항소심은 접수 후 첫 기일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대략 6개월에서 1년이 추가되고, 상고심까지 가면 다시 6개월에서 1년이 붙습니다. 1심에서 이미 합의와 양형자료가 다 나갔다면 항소심에서 새로 보탤 수 있는 것은 그 이후의 사정 정도입니다.
Q. 사건 기간을 줄이려면 가해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나요?
피해자의 예후 확정, 감정 회신, 재판부 일정은 통제할 수 없지만 합의 의사 전달 시점, 합의 완료 시점, 양형자료 제출 시점, 사실관계 인정 범위의 결정 시점은 가해자가 정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를 첫 공판 전에 마치면 1심이 한 번의 공판으로 끝나는 사건이 실제로 있습니다.
Q. 사고 경위를 다투고 싶은데 기간이 길어지나요?
사고 원인을 다투면 감정과 증인신문이 필요해질 수 있어 수사와 공판 횟수가 늘어납니다. 다툴 만한 근거가 영상과 자료로 있는지, 다투는 것이 결과에 실제로 유리한지를 경찰 단계에서 정하는 것이 기간과 결과 모두에 영향을 줍니다.
더 많은 질문은 자주 묻는 질문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